미국 뉴저지주의 대표적 한인타운인 포트리 바로 옆에 있는 페어뷰(Fairview).대형 매장 하나가 눈에 띈다.상호는 ‘하이트론스(Hitrons)’.전자제품 매장이다.입구에 들어서면 삼성전자의 첨단 TV 100여대가 눈길을 잡아 맨다.

통로를 따라 냉장고 세탁기 부엌설비 홈시어터 오디오 감시카메라 코너가 늘어서 있다.600여평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 소니 GE 월풀 메이텍 등 온갖 메이커의 제품이 꽉 들어차 있다.미국 대형 전자제품 체인인 베스트바이나 서킷시티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정승화 사장(48)이다.제일기획 미주법인장 출신.1997년 미국에 정착한 뒤 이제 꼭 10년째다.정 사장이 자주 받는 질문은 “베스트바이나 서킷시티와 어떻게 경쟁하려고 이런 매장을 차렸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우려다.

그러나 정 사장은 자신있다.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만큼 언젠가 미국의 대표적 전자체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정 사장의 전공은 마케팅이다. 1991년 제일기획 미주법인으로 발령나 2대 법인장으로 97년까지 일했다. 삼성전자의 해외 마케팅이 주업무였다. 그러다 몸이 좋지 않아 사표를 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국에 남게 됐다. 그리곤 1년여 동안 뒹굴뒹굴했다. 1998년 우연찮게 기회를 잡았다. 소규모 전자상에 삼성전자의 물건을 공급하는 도매상인 ‘디렉트 플러스(Direct Plus)’라는 회사를 차리게 됐다. 도매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한국식의 소규모 삼성전자 대리점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온갖 메이커를 다 파는 대형 할인매장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외면한 탓이다.

실패 끝에 나온 결론이 바로 2004년 문을 연 하이트론스다. 하이트론스는 유일하게 ‘삼성관’이 따로 있다. 물론 온갖 메이커의 제품을 취급한다. 그러나 “별도 공간에 모아둔 삼성 제품과 비교돼 아무래도 삼성제품을 많이 찾는다”는 게 정 사장의 설명이다. ‘미국판 삼성 대리점’인 셈이다. 하이트론스엔 다른 전자제품 매장에 없는 게 있다.

‘하이트론스 솔루션(Hitrons Solution)’이란 간판을 단 7개의 매장이 그것이다. 다름아닌 음향시설 감시카메라 부엌 인터넷 사무용품 냉난방 등의 설비업체다. 전자제품을 손님의 기호에 맞게 설치까지 해 준다. 단순히 물건만 판매하는 기존 매장과는 다르다. 손님으로선 한 곳에서 물건도 사고 설비도 설치해서 좋다. 그것도 싼값에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설비업체들이 하이트론스의 자회사이지만 지분 관계는 전혀 없다는 점.각각의 솔루션 업체 사장이 주인이다.

하이트론스는 이들의 재무관리와 회계처리를 지원하고 총 이익의 25%를 받는다. 구속력도 없다. 독립하고 싶은 업체는 나가면 그만이다. 대신 하이트론스 솔루션이란 상호를 쓰지 못한다. 완벽한 독립경영 체제다.

하이트론스의 물건값은 다른 전자업체에 비해 평균 5%가량 싸다. 배달도 빠르다. 필요하면 설치도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도매업체인 디렉트플러스와 하이트론스의 작년 매출액은 2200만달러.디렉트플러스 첫해 매출액 80만달러의 30여배로 늘었다. 정 사장은 이런 성공모델을 바탕으로 우선 한인 밀집지역에 하이트론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는 뉴욕주에,내년엔 필라델피아에,그리고 워싱턴과 애틀랜타에 매장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업체를 1000개 정도 열었으면’ 하는 게 정 사장의 희망이다.

혼자 힘만으론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뜻 있는 기업이나 개인의 투자를 환영한다. “한국의 부동자금이 흘러 나오면 더 좋겠다”고 말한다. 정 사장은 “미국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를 쥐고 흔든다”며 “제조업체는 망해도 유통업체는 그대로인 만큼 이민 2세들을 위해서라도 유통업체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만큼 하이트론스를 새로운 컨셉트의 미국 대표적 전자제품체인으로 키우는 게 그의 희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ha******.com